인터넷 상에서 '대륙의 ***' 시리즈가 한창 유행했다.
단순히 재미있고 특이한 사진이라며 웃어 넘기기에는 약간 불편한 면이 있었다. 왜냐 하면, 그런 사진들로 인해 중국은 특이한 사람이 넘쳐나는 이상한 나라라는 인식이 함께 번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인구는 약 5천만이고, 중국 인구는 14억이 넘는다. 대략 계산해도 28배나 많은 인구이다.
산술적으로만 보아도, 한국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1명이라면, 중국에는 28명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자극적인 장면들만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중국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양국의 갈등, 문화공정, 동북공정 등이 겹치면서, 대륙의 시리즈는 밈이 되어가고, 조롱과 공격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의 제대로 된 모습을 알려줄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판다와 샤오미>를 만났다.
#1. 기자의 눈으로 본 중국 <판다와 샤오미>
이 책은 <경향신문>에 '베이징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과 <주간경향>에 연재된 '베이징의 속살' 등을 묶은 책이다. 주제는 소소한 생활 에피소드 부터 정치, 외교 이슈까지 골고루 담고 있다.
저자가 취재한 주제를 현재-과거-미래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1부. '중국도 모르는 내밀한 차이나'는 중국의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재 이슈를 담았다. (27)
2부. '중국의 그늘'은 중국의 민주화, 법률제도, 애국주의 같은 면을 주로 다루었다. (27)
3부. '차이나는 속도'는 빠르게 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글을 엮었다. (18)
#2. 중국도 모르는 내밀한 차이나
기자는 역시 기자다. 취재하고 글을 쓰는 직업인 만큼, 일반적 중국 개관이나 학술적 연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깊이와 날카로움과 생생함이 있다.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취재한 것들이라, 일반인이 들여다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깊이있게 소개하고 있다. 다만, 취재기사 같은 글은 시의성이 있기에 불과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미 해묵은 느낌이 드는 글도 일부 있다.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시선으로 관찰하였기에 중국인들은 당연시 하고 일상화 된 것들이 타인의 눈에 비춰졌을 때의 낯선 느낌을 잘 살린 글들이 많다. 물이나 전기를 미리 충전해놓고 쓴다던지,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上有政策,下有对策)'는 인식, 홍빠오 문화 등, 타자의 시선에서 보았기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문화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3. 중국의 그늘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문제점들을 소개한 글들이다. 중국에 거주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기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었을 것이다. 싫거나 힘들 때 그저 싫어하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들여다보고 좀 더 이해하려 애쓰고, 그도 안되면 보이는 대로 인정하려 노력한 결과물들로 보인다.
교통, 미디어, 인터넷 등에서 과도한 정부 규제가 만들어내는 모습과 그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인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민주화, 애국주의, 보이스피싱 등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할수만은 없는 어두운 이면도 소개하고 있다.
#4. 차이나는 속도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글을 모았다.
한국에는 아직도 막연히 'made in china'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만으로 중국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며 얕잡아보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G2 라며 무턱대고 두려워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챕터에서는 막연한 이미지가 아니라, 공유자전거, 차량공유, 고속철, 샤오미의 속도, 왕홍의 경제파워 등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그 속에서 발견한 미래의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다.
집요한 취재 감각으로 세세한 부분을 소개한 글들이 알차게 실려 있고, 이 소재들을 융합하여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도록 도와주는 책이다.